네줄 冊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 전강수

마루안 2019. 3. 5. 22:11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은 책이다. 그만큼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주제였다. 토지공개념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거니와 오늘날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다. 어쨌거나 이 문제는 꼭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전강수 선생은 예전에 몇몇 매체에 실린 칼럼을 읽고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알고는 있었으나 저서를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헨리 조지의 명저인 진보와 빈곤을 필두로 평생을 토지제도를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연구를 해온 학자다.

이 책은 도표와 통계 등 경제에 관심이 덜한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 부동산 문제를 아주 흥미롭게 기술했다. 경제 분야가 딱딱하기 십상인데 아마도 논리적인 글솜씨 덕도 있겠다. 어쨌든 학자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지식을 전달하는 글 솜씨도 있어야 한다.

선생의 주장은 평등지권 사회다. 한국은 소작농을 수탈했던 지주의 나라에서 해방 이후 농지개혁으로 평등지권 사회를 구현했다. 그러나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박정희 정권의 무분별한 도시개발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부동산 불패신화와 강남을 부러워하는 몹쓸 탐심을 심어놓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땀 흘려 일하고 모험심을 발휘해 사업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쫓아 민첩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로 바뀌었다. 정치인, 건설업자, 유력자, 재벌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부동산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가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는 한국 정부 최초로 부동산 공화국과 정면대결을 펼친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고 말한다. 노무현도 임기말에 자신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라고 인정했지만 선생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정면으로 겨냥한 근본 정책을 포함하고 있단다.

전강수 선생의 주장은 <토지보유세> 정착이 평등지권의 길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제도가 참 신선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를 가지고 보수언론과 기득권층에서 세금폭탄이라는 네 글자로 뒤집어 씌웠다. 선생은 <당시의 종부세 반대운동은 어처구니없게도 부동산을 소유한 중산층과 서민층이 부동산공화국 지배 동맹의 조세저항에 동조한 대표적인 사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다. <인적 청산과 남북관계 개선은 일시적으로 큰 감동을 자아내는 '화려한 시'에 해당하지만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일은 '지루한 산문' 같은 것이다. 화려한 시의 기억은 일시적일 뿐이지만 지루한 산문의 기억은 깊게 남고 길게 간다. 그러니 재집권을 위해서도 과감한 사회경제개혁을 단행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도적 적폐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 모든 제도에 만인을 만족시키는 제도는 없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리면 대표팀 감독은 한 사람인데 TV 앞에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저 새끼는 어떻게 국가대표가 됐어? 미련한 감독이 저런 놈을 대표로 뽑았지? 이 새끼 빨리 안 빼고 뭐 하나? 저 자리는 아무개 선수가 들어가야 하는데 등, 오천만 명이 감독이고 축구 해설가가 된다.

경제 정책이라고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가 있을까. 부동산 정책은 더욱 그렇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고 할 것이고 없는 자들은 자포자기로 멀어지는 집장만을 탄식한다. 월급 꼬박꼬박 저축해서 집을 살 수 있는 길은 아예 멀어지고 있다. 부동산 공화국은 분명 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단칼에 해결하는 묘안은 없더라도 서민들이 희망을 갖는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