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기형도 문학관의 가을

마루안 2018. 11. 16. 19:16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형도 문학관을 갔다. 개관이 조금씩 미뤄지다 작년 말에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는데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조금 어수선했다. 시간에 쫓겨 개관을 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이제야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한국 곳곳엔 수많은 문학관이 있다. 작은 사설 박물관, 각종 기념관 등을 합치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다.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있으나마나한 것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여행을 다니면서 틈틈히 지방의 기념관 등을 방문하는데 세금만 축내는 기념관이 많다. 기형도 시인은 인지도가 있는 시인이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기념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재단이 많았으면 한다. 문제는 꾸준함이다.

내가 머문 두 시간 동안 방문객은 한 무리 아줌마들이 다녀가고는 조용했다. 광명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데 문화 인물로 기형도가 자리를 잡는다면 광명의 상징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걸 억지로 만든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기형도가 살았던 동네에 들어선 기념관이 광명의 문화 상징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가을과 시인은 딱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곳에도 가을이 머물다 막 떠나려는 참이었다. 기념관 뒤에 작은 산이 있는데 산책로를 걸으며 오래전에 기형도 시를 읽던 밤들을 떠올렸다. 누구의 인생인들 돌아보면 애틋하지 않으랴. 기형도 일생은 유난히 그렇다.

가을과 딱 어울리는 공간에서 잠시 떠나는 가을을 만나 보니 참 좋았다. 이 가을의 추억, 흘러가는 인생처럼 한 번 떠나면 다시 오진 않겠지만 훗날 이런 추억마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다. 아쉬운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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