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책벌레의 여행법 - 강명관

마루안 2019. 1. 9. 22:35

 

 

이 양반이 쓴 책은 꼭 읽는다. 글이란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성품은 어느 정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강명관 선생의 삶은 참으로 풍요로울 거라는 질투심을 느낀다. 지성인의 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다. 나는 우리 사회가 교수라는 직업을 호칭 삼아 그대로 부르는 묘한 관습이 거슬리는 사람이다. 의사님, 공무원님, 회사원님 이렇게 부르는 것은 어색해 하면서 교수님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오히려 교수 당사자들부터 자신을 교수님이라 불러줘야 제대로 대우 받고 호칭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교수든, 교사든, 의사든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맞고 단어 뜻도 선생님이 교수보다 더 높이는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강명관 선생은 교수님이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훨씬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교수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인생인가를 제대로 가르칠 것이 분명하다.

각설하고,, 강명관 선생의 글은 아주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공감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인도와 스리랑카를 혼자 여행하는 동안 매일 일기 쓰듯 일상을 기록한 여행기다. 선생이 살아온 삶과 깊은 사색이 녹아 마치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다. 그 나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허름한 숙소에서 열악한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며 문화와 풍습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그래서 인도의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적이나 사상적으로 연관이 있는 생소한 지역을 여행했다.

평생 채식을 했던 간디를 언급하면서 미국을 닮아가는 한국의 지나친 육식을 경계하는 글도 인상적이다. 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서 공장식 농장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바탕이 반생명적이고 반환경적이라는 말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도가 문화든 사상이든 역사가 깊은 나라인데 곳곳에서 저자의 세계사 이해와 깊은 조예가 느껴진다. 학자임을 감안해도 대체 이런 사람은 얼마나 공부를 치열하게 했으면 이런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갖추게 되었을까. 책벌레든 책괴물이든 활자 중독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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