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정의로운 건설을 말하다 - 신영철

마루안 2019. 1. 19. 19:01

 

 

 

갈수록 정의라는 단어가 헐값에 오르내린다. 검찰도, 경찰도, 기자도, 정치인도 늘 앞자리에 정의를 내세우지만 그들이 진짜 정의로운지 의심스럽다. 아니 되레 정의롭지 못한 집단이 그들이다. 정의롭지 못하면서 정의로운 채 치장한다고 하는 게 맞겠다.

진짜 노조가 필요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사각 지대에 놓여 있듯이 건설 분야도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상태다. 이 책은 그 원인과 해결점을 말하고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저자 신영철의 낮은 곳을 향한 마음이다.

검찰이나 기자 등 방귀깨나 뀌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은 특별히 법의 보호가 필요치 않지만 설사 조금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방어를 하거나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지들끼리 똘똘 뭉친 동업자 정신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거니와 한국에서 돈과 명예와 헤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직업군 순서가 있다.

1.교수, 판사, 검사, 5급 공무원, 의사, 한의사, 변호사
2.대우 좋은 공기업
3.은행원, 7급 공무원, 교사
4.일반 공기업
5.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
6.9급 공무원
7.일반 대기업
8.중소기업

이 속에 들어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겠으나 그 중에서도 건설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여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건설 노동자 숫자가 130 만명이라고 한다. 위의 여덟 가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거기다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유난히 우리 나라 산업 재해가 높은 수준인데 전체 산업 사망자 수의 27%~29% 정도가 건설 노동자라고 한다. 거기다 하도급 업체의 교묘한 산재은폐로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물이나 다리를 건설할 때 설계자와 관리자는 예외로 치자. 정작 건물을 짓는데 가장 많은 노동력을 투자하고도 대접을 못 받는 사람이 건설 노동자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구구절절 고발하고 있다. 책상 앞에서 쓴 숫자 놀음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담이다.

어쩌다 저자는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보고 또 불공정한 건설업체의 운영 방침 때문이다. 대학 입시제도와 주택 정책에 구멍이 있듯 어느 분야든 완벽한 제도는 없다. 그런데도 유독 건설회사의 정의롭지 않은 공사 수주로 인해 건설 노동자만 죽어 나는 현실이다.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한테 입찰 방식으로 수주를 주는데 산업 재해가 생기면 하도급 업체가 모두 책임을 진다. 저자는 가장 이익을 많이 가져가는 원도급 업체의 책임과 처벌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3D 업종에다 낮은 임금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 젊은 한국인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건설 노동자의 나이는 보통 오륙십 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건설 노동자의 고령화 대책을 외국인 노동자로 심는 정책를 편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서유럽이나 미국보다 한국의 임금이 낮은데도 외국인들이 왜 한국을 더 선호하는가를 예리하게 지적한다.온갖 차별과 인권유린을 당하면서까지 한국에 오는 이유는 미국이나 서유럽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국인보다 더 적은 노임으로 일을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차별적 대우를 통해 노무비를 아낄 수 있다. 미국 등 부자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으나 그들도 자국민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문제는 보수적이란다. 특히 비숙련 일자리는 결코 개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독일도 미국도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그러나 그 나라의 노동 정책은 자국민과 외국인의 차별 대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돈이면 굳이 외국인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더라도 건설 노동자의 처우는 조금 나아질 것이다.

저자는 우리 건설산업은 수주와 시공과정 모두 고질병에 걸렸다고 진단한다. 불합리한 낙찰 과정과 시공을 모두 하도급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가장 낮은 금액으로 입찰해서 선정 받은 업체는 당연히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과연 자기가 사는 아파트를 짓는데 건설 노동자의 땀이 배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의 책으로 인해 건설 노동자의 처우와 인식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한다. 그들은 검사나 의사처럼 국회에서 로비하거나 집회를 열어 부당함을 호소할 방법이 많지 않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다.

*저자 신영철: 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건설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동국대 건축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설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한국 건설산업의 해결 방안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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