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천년 뒤의 노을 - 서규정

마루안 2018. 12. 9. 21:27

 

 

천년 뒤의 노을 - 서규정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우리에게 내민 것은

먼데서 떠내려 오던 지푸라기 한 올이겠지

 

절대 놓치지 말자

 

강물도 역사도 지푸라기를 잡고 따라가거든

모래와 자갈 넘쳐나는 사실들로

강이 부석거릴 땐

깊은 수심을 산 물고기가

 

갈매기로 날아오르는 순간이 있다

물론 뻥이다

 

다만 이토록 붉은 속눈썹들

 

늘 뻥만 치던, 노을이라는 大뻥에 속아

과연 무엇을 살다 떠났느냐

우리가 우리에게 물어야할 고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시집,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작가세계

 

 

 

 

 

 

사람, 들 그리고 꿈, 틀 - 서규정

 

 

워낙 희한한 인간들이 많이 나타나

부처와 예수를 가르친다는 그 말, 맞는 것 같다

신념을 내세워 놓고

왜 스스로 신념의 노예가 되어 살까

그 크고 넓다는 정의는, 개인용도일 뿐이다

바위 속에서 작은 망치로 자장자장 꺼낸

세기의 조각상도

늘 바라본 곳만 바라다본다

 

공생이란, 변화와 질서가 가닿는 공통점이다

수만 마리의 되새 떼가 한꺼번에 떠올라도

서로의 날개를 다치지 않는다

대숲바람이 빚어낸 점점이

그 점점이가 모여 뒤덮은

저기는 참 좁다, 좁고 좁아 하늘만큼 또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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