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휘어진 시간 - 이윤훈

마루안 2018. 8. 2. 22:18



휘어진 시간 - 이윤훈



내 힘은 구부러진 곳에 있다


이곳은

화살처럼 튕겨나가는 이들의 순례지

유성처럼 불꽃을 튀기는 이들의 성지


보라, 지금 저기

원목을 메고 씩 씩 달려오는 이를


내 허리를 돌아

아슬아슬

죽음을 만끽할 것이다



*시집, <나를 사랑한다, 하지 마라>, 천년의시작








청춘 - 이윤훈



가만히 서 있으면 한 쪽으로 기울어 불안하다


달릴 때서야 비로소 평형을 이뤄

바람의 날개가 솟고 심장이 뛴다


가파를수록 힘을 느끼는

위태로운 길

죽음이 표시되어있지 않은 이정표


내 안의 해와 달이 힘차게 돈다

펄펄 죽음이 살아있다






*시인의 말


붉은 혀로 삶을 스캔해 본다. 몸서리치게 황활한 날들, 비단결 흉몽 같은,


태양 아래 깊이 숨을 들이쉰다.


죽음에 바투 이를 때 투계는 뛰어올라 허공 속 가장 생생한 꽃으로 피어난다. 나는 이 꽃을 내 생의 정수리에 얹고 산다.


뚜렷이 살아있는 것들, 두렵다. 그만큼 삶을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