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 마이클 맥거

마루안 2018. 7. 15. 22:02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는 프루스트의 책을 비롯해 유사한 제목이 너무 많은 책이다. 경계가 다소 모호하지만 잠에 얽힌 에세이라면 적당하겠다. 먼저 저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쓴 마이클 맥거 Michael McGirr 는 호주 출신으로 20 년간 예수회에 몸담았고 7년간 신부로 봉직하다 지금은 성직자의 삶을 버리고 결혼을 해서 소설가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때 지독한 수면무호흡 증상에다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였다. 결국은 의사의 도움으로 코골이 방지 마스크를 쓰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는데 그때부터 잠에 대한 호기심과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책이 잠과 관계된 세계문화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나도 잠시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기에 유독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책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는지, 불면증은 왜 생기는지 이런 정보는 전혀 없다. 그저 수면 장애를 심하게 가졌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잠에 관한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 세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돈키호테까지 등장한다. 그들 모두 깊은 잠을 자지 못했고 저자는 그들이 잠못든 이유와 그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더욱 분발한 덕에 오늘 날의 위대한 사람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잠을 안 자야 출세한다는 것이 아니라 잠이 안 온다고 고민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저자도 심각한 불면증으로 고통을 받았으면서 잠에 관한 글이 대체로 밝고 어떤 때는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잠을 못자서 고통인 사람도 있지만 잠이 너무 많아 난감한 사람도 있다. 학창 시절 함께 철학 강의를 듣던 친구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교수는 열심히 강의를 하는데 친구는 강의를 듣는 척,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자세를 취하고 잠자는 실력을 발휘한다. 강의를 들으며 친구의 그런 잠 실력을 재미있어 했던 저자는 기말 시험에서 최고 학점을 받는 친구를 보고 또 한번 감탄을 한다.

잠이란 많은 부분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진단을 한다. 실제 잠을 못자는 불면증 환자가 정신과를 찾고 약도 처방을 받는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불안할 것 같은 교도소 수감자들이나 망명신청자가 머무는 수용소 사람들이 잠을 잘 잔단다. 특히 망명신청자들이 자포자기 상태로 하루 15 시간씩 잠을 잔단다.

저자는 이런 대목을 인용해서 불면증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불면증으로 인한 불안이 불면증 자체보다는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원기를 북돋는 음식이나 약품, 잠이 오게 하는 향기, 자기 전에 마시는 따뜻한 음료 등 수백 년 동안 불면의 밤을 없애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어쩌면 잠을 자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시계를 그만 보는 것, 불면증은 관심을 원한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삐져있다가 가버릴 것이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나 불면증을 겪는 사람에게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질 것이다. 어떤 노력을 해도 잠을 못 자기 때문에 불면증을 겪는다. 그래서 잠이 안 올 때는 절대 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 많이 팔릴 책은 아니나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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