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어느 애주가의 고백 - 다니엘 슈라이버

마루안 2018. 7. 8. 19:55

 

 

 

아주 낭만적인 제목과는 달리 한 알콜중독자가 술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연을 기록한 책이다. 나도 술을 마시고 한때는 술 먹는 장소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찾아갈 정도로 술 마시기를 좋아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좋은 자리에서 술 한 잔 나누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절주를 한다. 음주 횟수도 줄었지만 서너 잔 넘어가면 단호히 브레이크를 건다.


비교적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는 알콜 천국이다. 술 마시기를 강요하는 것도 술 먹고 주정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다. 민폐를 넘어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 면허를 취소 당하고 애궂은 다른 사람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술 중독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까지 영혼을 파괴한다. 이 책은 지독한 알콜중독자였던 저자가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고 술을 끊은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기록했다. 술과 담배와 마약에 삶을 낭비하다 중년이 돼서야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모진 결심을 한다. 마약은 물론 담배까지 끊고 남은 인생을 맑은 영혼으로 살게 되었다.

저자는 알콜에서 벗어나고자 실행에 옮기고도 수없이 실패를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술을 끊으려면 술을 그만 마시는 수밖에 없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볍은 항상 같다. 술을 마시는 데는 어떠한 심리적 이유도 없다. 누설해야 할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술주정뱅이가 술을 마시는 것은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알콜 중독을 질병으로 정의한다. <알콜의존증은 흉악한 질병이다. 그것은 단지 모든 신뢰와 관계를 망가뜨리며 가족을 갈가리 찢어 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문제를 안은 채 상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아무리 자위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척 해도, 결코 환자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명확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알콜 중독이 질병임을 인정하고 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위기를 잘 넘겼다. 술 때문에 직장까지 잃고서야 모진 결심을 한다. 중독에서 벗어난 후 이렇게 적고 있다. <자신에 대한 큰 기대와 스스로의 하찮음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건 완전히 어리석은 전략이다. 술은 어떤 경험, 어떤 경력, 위대한 생각, 일 혹은 책과도 상관이 없다. 삶을 그 자체로 항상 충분하다.>

술 중독자가 아니어도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니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술을 끊으면 아니, 술을 줄이면 얼마나 영혼이 맑아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저자가 독일인이라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나와 경험이 같아 무척 공감이 간다. 술로 인해 인생의 전반전을 망친 사람의 후반전은 맑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