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뜨거운 휴식 - 임성용

마루안 2018. 7. 12. 23:25

 

 

 

노동자 시인 임성용의 산문집이다. 그는 현재 화물트럭을 운전하고 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로 공단에서부터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노동자로 살았다. 이 땅에서 학력도 배경도 없는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한 여정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보여준다고 할까.

책 내용은 산문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물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지만 그 경계가 모호해서 감동 연결이 끊기기도 하지만 시인의 뜨거운 삶을 이해하는데 문제 없다. 내가 이런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체험에서 나오는 글 만큼 진실된 것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사람보다 흉터와 기름으로 얼룩진 두껍고 굵은 손가락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악수를 해 보면 가는 손가락을 가진 자의 입으로 하는 인생타령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알 수 있다. 문학도 사람이 만들고 소비하는 것임에야 노동으로 투박해진 굵은 손가락을 가진 노동자의 뜨거운 휴식이야 말로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시인이 참 많은 직업을 전전했지만 주변 인물 또한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이 신성하다지만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뙤약볕 아래 건설 현장의 노동자와는 다르다. 문제는 뙤약볕 노동자가 훨씬 노동 강도가 세고 위험한 일인데도 에어컨 아래 사무직보다 수입이 적다는 것이다.

직업 보호 또한 차이가 있다. 뙤약볕 노동자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인 반면 에어컨 아래 노동자는 공금횡령을 하지 않은 이상 웬만해선 해고 되지 않는다. 그런 회사일수록 든든한 노조가 있어서 사주가 쉽게 해고를 못한다. 반면 뙤약볕 아래 노동자는 파리 목숨이다. 시인은 저임금의 고된 노동자로 평생을 살았다.

노동 운동도 했고 산재도 당했다. 충분히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가 여러 번 있었으나 희망이라는 끈이 있어서 살아 남았다. 이 책이 저임금의 육체노동자의 현실을 말하고 있지만 그리 어둡지 않은 이유다. 미증유의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휴가지에서 이런 책 한 권쯤 가져가 읽는 것도 의미있는 휴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