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박상균 사진전 - 깊은 골 굴피집

마루안 2018. 7. 15. 21:53





인사동 거리를 걷다 우연히 포스터를 발견하고 들어간 전시다. 늘 전시회 동정을 살피면서 가능한 좋은 전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전시 기간이 끝나 버린 눈길 가는 포스터 앞에서 아쉬움을 달랠 때가 많다.


전시든 영화든 책이든 인연이 있어야 마주할 수 있는 것, 이번 전시 또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다. 박상균 작가는 많이 알려진 사진가는 아니다. 강릉 출생으로 관동대를 졸업하고 뒤늦게 사진가의 길로 나섰다.


2012년 삼척의 깊은 산속 굴피집에 살고 있는 당시 82세의 화전민을 만나 그 속에서 노인 홀로 살아가는 단조로운 일상을 6년여 동안 담았다. 그 일상의 주인공이 정상흥 할아버지로 올해 88세다. 그 작업의 결실이 이번 전시에 걸렸고 사진집으로도 나왔다. 예술적 표현은 물론 기록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업이다.


모든 것이 새것과 편리함으로만 몰아가고 있는 요즘 이렇게 원시성을 가진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속 그 사람에게는 일상이지만 사진을 보는 나는 힐링을 한다. 할머니가 병으로 입원했을 때 몇 달을 빼고는 평생을 보낸 굴피집에 한 사람의 온기가 온전히 배어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을 켜고 난방과 취사를 위한 최소한의 재료 외에는 지붕에서 부엌, 안방까지 모든 것이 원시적인 삶이다. 몇 년 전에 두꺼운 달력으로 한 벽지에서 세월의 풍화를 느낄 수 있는 사진 앞에 서서 한참을 있었다. 문명의 혜택이라면 자식들의 안부를 받을 수 있는 오래된 유선 전화기 한 대다. 누가 이런 삶을 누추하다 평가할 수 있을까.


불편을 참지 못하는 현대인이 자연을 거스르면서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황사마스크를 얻었다. 사필귀정으로 세상에서 공짜란 없다는 걸 알려주는 예다. 청정 무공해 전시를 본 소감이랄까. 저 노인처럼의 원시적 삶은 아니더라도 조금 불편하면서 적게 쓰는 삶을 살고 싶다. 불편을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