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다방 - 이의우 사진전

마루안 2018. 9. 9. 20:07







이 사진전은 딱 내가 원하는 풍경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폼나는 커피숍보다 터미널이나 역전 뒷골목 허름한 다방을 찾았다. 요즘은 유명 브랜드를 달고 원두 커피를 파는 전문점이 대세지만 아직도 변두리 시장골목이나 시골에는 남아 있는 풍경이다.


이것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풍경인데 이의우 작가가 용케 사진으로 담아 전시를 열었다. 이런 작업은 예술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기록의 가치도 있다고 본다. 이의우의 작업은 너무나 시적인 사진이다. 20 년쯤 뒤에서 멈춰진 풍경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사진 앞에서 오래 서 있게 만들었다. 나는 왜 이런 풍경에 이렇게 허물어지는가.


작가의 작업은 외진 곳에서 초라하지만 홀로 의연한 모습으로 힘겹게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을 위주로 촬영했고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방식으로만 찍었다고 한다. 작가 노트를 빌려 몇 자 옮기는 것이 사진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겠다.


“2012년 늦은 봄날, 시골마을의 목화다방” 앞에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고 순간 섬뜩함이 머리를 휙 하고 스쳐지나갔다.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그 존재조차도 잊어버렸던 나의 아버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고 이번 작업이 시작된 계기를 밝혔다.


'목화다방’이 다방 여인네와의 정분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긴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 것이었다. 작가는 과거의 상흔을 건드린 ‘목화다방’에 ‘두려움에 놀랐지만’ 그곳을 다시 찾았다. 사진을 통해 그 ‘두려운’ 다방을 직시하면서 중년의 나이로 아버지의 ‘바람’을 이해하기로 한 것이었다. 작가는 말한다. “다방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과 다방에서 맺은 인연과 정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들이 궁금해졌고 알아보고 싶어졌다.”


팝송과 가요를 틀어주던 다방 디제이도 보온병을 싣고 스쿠터를 몰던 다방 레지도 지금은 아련한 풍경들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사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놓치면서 사는가. 시 한 편이 들어있는 사진에서 저절로 위로를 받았다. 쏟아지는 장맛비에 능소화는 속절 없이 지고 목화 다방 미스양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