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샤갈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개막하면 바로 가야지 했다가 이제야 다녀왔다. 미술 교과서에서도 수없이 봤고 화집으로 접했지만 샤갈 그림은 언제나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색채도 그림도 보는 이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킨다.
이번 전시는 특별전이라는 타이틀에 불구하고 대표작들이 많지 않았다. 전시 작품 수의 80%가 에칭(동판화)이었다. 1만 3천 원이라는 입장료에 비해 알짜배기 작품이 없어서 아쉬웠다. 아마도 기대를 잔뜩 안고 전시장에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색채 찬란한 샤갈의 오리지널 그림은 황홀했다.
이번 샤갈 특별전을 위해 강남의 유명 호텔 1층 로비를 전시장으로 꾸몄다. 은은한 조명 아래 안내 화살표를 따라 가면서 샤갈의 다양한 회화 기법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그의 판화를 실제로 보는 것도 처음이다. 어쨌든 본전을 뽑기 위해 아주 꼼꼼히 돌아봤고 따로 꾸며진 <영혼의 정원> 방에서 오래 머물렀다.
뭉크의 그림이 우울이라면 샤갈은 환희다. 아마도 샤갈이 학창 시절은 다소 불안했으나 유대인 아버지의 지극한 성원과 부잣집 딸을 만난 덕에 환경이 밝았기 때문일 것이다. 샤갈은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가난에 시달리지도 않았고 엄청 오래 살아서 북 받은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백 살 가까이 살았다.
영원의 정원을 여러 번 드나들며 황홀한 그림 앞에서 실컷 눈 호강을 했다. 다음 달에 예술의전당에서 또 다른 샤갈전이 열린다는데 올 여름은 샤갈 그림만으로 내 가난한 마음이 풍성해지겠다. 이런 그림이 있어서 인생은 아름다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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