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이별이란 - 김익진

마루안 2018. 7. 11. 22:18

 

 

이별이란 - 김익진

 

 

이별이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백억 광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고

우주에서 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사랑이 화석화 되는 것이고

온 지구가 쓸쓸해지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로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이고

만류인력의 고독이다

 

무에서 또 다른 존재를 찾는 수행길이고

철학자의 길이다

 

나를 만져 봐도 외로운 것이고

음식을 먹다가도 웃고 우는 것이다

 

노래를 듣다 읊조리는 것이며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꼭 쥐고 자는 것이다

 

이별이란

미래를 닫아버리는 창문이다

 

깨지면 날카로운 날을 세우지만

그 상처가 그리운 것이다

 

 

*시집, 회전하는 직선, 조선문학사

 

 

 

 

 

 

세상 밖으로 - 김익진

 

 

그는 새벽에 집을 나섰다

 

며칠간 여기저기 떠돌다

바닷가에서 고향친구도 만났다

그들은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며칠 뒤 그는

동해가 보이는 산에 올라 소주를 마신 후

세 장의 명함 위에 마음을 남겼다

 

친구들에게

아내에게

형에게

 

소나무에 몸을 맡긴 채

작은 새 되어 날아갔다

 

 

 

 

 

# 김익진 시인은 경기도 가평 출생으로 독일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2007년 <월간 조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회전하는 직선>, <중력의 상실>, <기하학적 고독> 등이 있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희망 - 정병근  (0) 2018.07.11
모든 축제엔 비가 내린다 - 서규정  (0) 2018.07.11
이 저녁은 - 김이하  (0) 2018.07.10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 김경미  (0) 2018.07.10
해변으로 독립하다 - 서윤후  (0) 2018.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