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마루안 2018. 7. 9. 21:48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나는 아버지가 이끄는 말구루마 앞자리에 쭈굴쳐 타고 앉아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이 말꼬리를 쳐들고 내놓은 푸른 말똥에서 확 풍겨오는 볏집 삭은 냄새가 좀 좋았다고 말똥이 춥고 배고픈 나에게는 따뜻한 풀빵 같았다고 1951년 하필이면 어린 나의 생일날 일기장에 침발린 연필 글씨로 씌어 있었다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시집, <봄, 파르티잔>, 시와시학사


 

 



봉선화 - 서정춘
-1950년대


너는 가난뱅이 울아비의 작은 딸

나의 배고퍘던 누님이 아이보개 떠나면서 보고 보고 울던 꽃

석양처럼 남아서 울던 꽃 울던 꽃


 

 

# 서정춘 시인은 1941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물방울은 즐겁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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