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랑은 사치다 - 김병심

마루안 2018. 6. 25. 19:16



사랑은 사치다 - 김병심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
소유도 집착도 없이 흘려보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봄 한철 피었다 지는 꽃 같은 사랑
앓고 있는 사랑조차 없다는


고통을 함께 부여하는 사랑마저
내겐 없다
외면할 수 없어 부등켜 우는 빗소리일 뿐
피아노의 몸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뼈를 맞추는 사랑일 뿐
살이 없는 사랑일 뿐


사랑이 아니었다



*시집, 바람곶 고향, 도서출판 각








능소화 - 김병심



먼 길 돌아온 그대
믿었던 사랑 흔들릴까 봐
담장마다 꽃등 켜놓았으니
헝클어진 마음
집 안으로 향해다오


울 밖에만 서 있는 장승이여
그리움이 쌓여
녹이 퍼진 내 속 보일까 봐
땡볕 따라 웃는 나를
저속하다 돌아서지 말아주오
어여쁘단 허튼 말 말아주오


사랑도 애가 타면
독이 되어 피는 꽃인걸
그대만이
잠재울 수 있는 꽃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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