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엘리베이터 걸 김미소 - 원무현

마루안 2018. 6. 9. 23:07



엘리베이터 걸 김미소 - 원무현



지하 6층 지상 9층, 현대백화점에 나는 있다
지하 6층과 연결된 범일 지하철은
60초마다 지상으로 진동을 밀어 올린다
아니다, 밀어 올리는 건
엘리베이터에서 일하는 김미소의 음성이다
가짜와 진짜를 한눈에 식별해내는 예리한 시각도
유행을 미리 예감하는 직감도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 순간 기능은 정지되고
모두들 침묵이 말인 석상이 된다
총 중량 650킬로그램만 견디는 엘리베이터를 위해
김미소는 층층마다 잊지 않고 문을 연다
안녕히 가세요 행복한 시간 되세요
석공의 정소리 같은 음성이 침묵을 깨면
비로소 사람들은 석상 속에서 걸어 나가고
매장은 활기를 되찾는다
엘리베이터에 남겨진 김미소의 입으로 미소가 번진다


엘리베이터는 오늘도 무사하다
엘리베이터는 그녀가 꿈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이다
내일도 변함없이 그녀는
지상 9층에서 지하철 범일역 황금우물 속으로
두레박을 내릴 것이다



*원무현 시집, 홍어, 한국문연








셀러리맨 원씨의 하루 - 원무현



풍선은 목이 졸리고서야 허공에 제 길을 낼 수 있듯
나의 하루는 넥타이로 목을 졸라맨 뒤에야 열린다


갈라진 틈에 붉은 이끼 자라고 검은 하수가 흘렀지만
닷새 전부터 개나리 파란 줄기로 봄넥타이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춘삼월 꽃 시절에 드는 옹벽을 따라가면 빌딩 숲이다
나처럼 목을 졸라맨 사람들이
추락하지 않으려고 목을 다잡아 매며 버둥거리는


집으로 돌아가 넥타이를 풀면
나는 바람 빠지는 풍선 마냥 주저앉을 것이다
모처럼 일찍 돌아온 나를 반기는 폐경기 아내는
오랜만에 젊은 시절의 강렬한 눈빛을 할 것이다
오동통 달빛 받은 배암 같은 팔로 내 목을 휘감으면
아아 길고 긴 입맞춤
내 안에는 뜨거운 숨결이 차 오르고
나는 또 풍선처럼 둥둥 뜰 것이다
잡지 못했던 별을 향해 까치발 다시 세울 것이다





# 밥벌이의 고단함을 잘 나타낸 시다. 일 편하고 월급 많이 주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곳이 좋은 직장인 것은 분명하나 그런 곳은 한정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봉과 고단함으로 밥벌이를 한다. 나에게 꿀보직은 남에게도 마찬가지,, 좁은 문을 통과해서 고액 연봉에 우아 떨면서 직장 다니는 특권은 그들에게 양보했다. 밥벌이에 어찌 갈등과 스트레스가 없을 것이며 미운 사람 하나 없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세상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행복해 하는 장삼이사가 지탱한다. 속물 근성 가득한 나 또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