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저동항 작부 - 최돈선

마루안 2018. 6. 9. 22:56



저동항 작부 - 최돈선



흐린 날
울릉도 저동항은 잿빛 갈매기들이 잿빛 하늘에서
시나브로 지워지고 있었다
아침 11시의 오징어 배들은 대체 몇 날을
항구의 감옥에 묶여
남은 형기를 마저 채워야 하는 것인지


유곽의 건물은 이미 늙었지만
아직도 얼룩얼룩 화장을 한 채 손님을
침묵으로 눈짓하는데
나의 애인은
흐린 생의 저동항 작부가 되어
시든 젖가슴,
오래 품은 갈매기 한 마리 날려보낸다


저동항엔 청동으로 굳어버린
나의 애인이 있다



*시집, 사람이 애인이다, 한결








딸딸이 - 최돈선



머리 박박 깎은 중학교 시절


맑은 가을볕이 너무 좋아 학교 뒷담벼락에서


합동 딸딸이 치는 3학년 성님들을 보았다


서로 서로 제 물건이 더 크다며 우겨대는 성님들이 난 참 부러웠다


사면발이 걸렸다며 자랑질해대는 한 성님은


그날의 영웅이었다


우린 골목길 양갈보집 쓰레기통에서


콘돔을 뒤져 그걸 입으로 후후 불었다


양갈보 젖가슴처럼 부푼 콘돔을 깔깔대며 뻥뻥 찼다


새파란 가을하늘에 뜬 그 풍선


와와 우린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