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매화목 - 이자규

마루안 2018. 6. 6. 18:51

 

 

매화목 - 이자규


마당에 매여 있는
병든 개의 신음이 하얀 눈발로 쌓여지던 겨울
비명처럼 다가드는 수묵으로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봄이 나를 잊었는가 싶었을 때
묶여 있는 자유보다 얼마나 큰 선물인가 노래 부르는
밤마다 내 안에서 울부짖던 짐승을 달래며
진눈깨비 아팠던 붉은 옹이마다 내 음계를 안고
그대에게로 가는 길 

하르르 떨어지기 직전의 소리 없는 찰나
낙화의 전율을 빌려
푸르러지는 매실의 꿈
내 터질듯한 그리움으로
당신의 내부에 푸른 둥지를 틀 것입니다

 

 

*시집, 우물치는 여자, 황금알

 

 

 

 

 

 

개 - 이자규


고깃덩이로도 개를 달래진 못한다
갓 낳은 새끼들을 떼어놓자
살 맛 잃은 듯 허공 향해 낑낑거린다
하늘 밖과 땅 밑 떨어져 있어도 보이지 않는 끈
개새끼가 된 오늘
구십 년 살다 말라비틀어진 몸으로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늙은 개 한 마리 보았다
삼우재 마친 뒤 젖은 발로 돌아와서
꼬리 내리고 슬픔에 젖은 개를 본다
나는 사람일까 짐승일까 엄마

 

 

 

 

*시인의 말

 

부끄럽다

소름과 표정의 설정으로 별이 떴다

공포라는 첨가제를 섞어 긴장 속에서만 살았다

 

수백 살 고목이 즐비한 운문사 냇가 맑은 물 속

빤히 나를 보는 저 몽돌들도 가뭄과 홍수 맞았으리

함부로 버려졌던 나의 것들을 다시 호명해 본다

 

아침햇살 저렇게 푸르고 고마운데 나는 해 혼자 아픈가

지금은 긴장의 끈조차 풀어져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사방이 고통바이러스 뿐 나는 늘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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