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객실 열병 - 김익진

마루안 2018. 6. 5. 23:31

 

 

객실 열병 - 김익진

 

 

죽을 수 있도록 태어난 우리는

살아있는 한 헤어지는 중,

햇살에 휘감겨 부서지는 터치

 

빅뱅 후 몇 번의 클라이막스

오르가즘 후 남아 있는 것은

바람의 허밍과 주파수

 

바람은 우주의 교향곡

창가를 스치는 한순간의 삶은

딱 한번 반짝이는 울림

 

폐허가 되기 위해 세워진 도시에서

태어나 유령이 되기까지

우리는 객실 열병을 앓고 있다

 

순간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

바람은 야생이고

베어지는 우주의 현이다

 

삶의 의미와 존재는

언제나 정밀하게 계산된

중력의 전략

 

마지막 터치로 부서지는

바람의 허밍과 주파수가

애도 없이 사라진다

 

 

*시집/ 기하학적 고독/ 문학의전당

 

 

 

 

 

 

소각된 상처 - 김익진

 

 

방아쇠를 당기기엔 너무 먼 과녁

꿈꾸는 차원의 한 단계 위에서

한 장씩 말하기엔 많은 사연이 있다

 

겉으론 평화로우나 소각된 상처는

무거운 피부로 눅눅하다

 

혼자서 슬프게 만든 일이니,

혼자 거두라고,

가을의 눈물은 약점의 징후이니

첼로나 껴안고 보내라 한다

 

바다의 파도는 유목지로 떠나가고,

미숙한 욕심에 통증을 가라앉힐

위스키를 마신다

 

주변의 소음으로 중독된 공기,

치명적인 폐렴으로 헐떡이고

남은 것은 쐐기풀과 낭비된 희망뿐

 

시선만으로 키스하는 먼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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