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마당에서 - 남덕현
-K에게
봄꽃 다 지고 초여름 비
그러나 여름꽃 아직 멀고
봄꽃 그림자마저 지는
슬픔만 남았습니다
풀빛 이토록 밝았던지요
달 없이도 환한 마당에서
아는 노래 벌써 다 부르고
이제 모르는 그리운 노래
쓸쓸히 홀로 지어 부릅니다
떠나온 사람보다
떠나보낸 이 많다
돌아올 사람보다
떠나갈 이 많다
바람에도 내가 두고 온 바람이 있어
유난히 서럽게
머리카락 나부끼며 스쳐 가듯이
나는 당신이 두고 간 사람
밤마다 낡은 허공의 탯줄을 끊고
나는 유성인 양 당신의 별자리를
유난히 반짝이며 스쳐 떨어집니다
몇 번 울고 웃은 것이 전부인데
벌써 우리가 헤어져
이승과 저승에서 늙습니다
하염도 없이 여념도 없이
우리가 따로 늙습니다
*시집/ 유랑/ 노마드북스
그리움.1 - 남덕현
마른 노을에 번개 치는 날이면
죽어서야 잊겠다더니
살아서 그대를 잊어가는 모욕에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그리움이 녹슨 바늘처럼 혈관을 타고 돌다
이제 멀건 안개쯤 되는 허전한 몸을 찢으면
한물간 시큼한 내 피가 죄다 저리로 흘러가
마른 노을 서럽게 적시누나
무엇이 자라나
이런 그리움이 되랴
당신이 내 가슴에 내리 꽂은
번개가 아니고서야
무엇이 자라나
이런 그리움이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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