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고독한 감각 - 서상만

마루안 2018. 5. 29. 18:36



고독한 감각 - 서상만 



어떻게 죽을까
어떻게 죽어야 할까


약간은 침착하게
소매에 묻힐 눈물은 생각하지 않기로


그런데 왜 자꾸 그 물음에
마음이 끌리나


어느 날 닥칠 통증을 줄이기 위해
먼저 아파 보는 것
조금씩 조금씩
즐겁게 아파 보는 것



*시집, 백동나비, 서정시학








손의 용도 - 서상만



꼬리치는 강아지를 쓰다듬어줄
손이 없었다


이 손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빴을까


낚시에 물린 비린내와
술잔에 넘치던 거품과
골프채에 매달린 시간들
그것들을 묵향으로 알고
딴청 다 받아주었던 오지랖


그 누구에게도 입 밖에 내지 못할
나이에 물린 수전증


눈빛으로만
나의 몰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 늙어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시다. 밑도 끝도 없이 뜬구름 잡는 식의 관념적인 시가 넘쳐 나는 작금의 시판에서 이런 시가 보석처럼 빛난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독자만이 읽는 행운을 누린다. 뒤늦게 솟는 샘물처럼 노시인의 詩心은 끝 없이 펼쳐지고 나는 새끼 새가 모이 받아 먹듯 시를 받아 먹고 있다. 젊어는 봤으니 나도 이제 늙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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