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 사토 겐타로

마루안 2018. 5. 27. 19:57

 

 

 

살면서 병원에 안 가고 당연 약 먹을 일도 없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평생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 건강체질로 태어났거나 아니면 병원 갈 형편이 되지 않은 경우뿐이다. 내 경우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서 40 이전에는 포경수술 때문에 병원 간 것 외에는 병원을 모르고 살았다.

한 번도 아픈 일이 없어서는 아니다. 아픈 일이야 일년에 한 번 정도 감기에 걸린 것인데 웬만해서는 며칠 콧물 훌쩍거리며 참거나 정 견디기 힘들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사다 먹는 정도였다. 흔한 말로 감기에 걸려서 병원 가면 1주일이고 안 가면 7일이라는 먈이 있다. 나는 지금도 지독한 감기 아니면 병원을 가지 않는다.

지난 달인가?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었다. 거의 2년 만에 찾아온 감기였다. 하루쯤 목구멍이 간질거리고 코가 약간 막힌 듯하더니 다음날부터 콧물이 흘렀다. 심하지 않아 휴대용 화장지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코를 풀면서 버티니 1주일 정도 지나 싹 없어졌다. 이 경우 병원 가서 약 지어 먹었어도 1주일은 걸렸을 거다.

40 이후 모르고 살았던 병원을 찾게 되었다. 내시경을 받기 위해 내과를 시작으로 치과, 비뇨기과를 갔고 재작년에는 노안이 와서 난생 처음 안과도 갔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돋보기만으로 해결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검사를 받으려고 한다. 무조건 병원을 멀리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약도 가능한 먹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먹지 않는다고 세상에 약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그 동안 인류를 구한 약이 참 많기도 했다. 지금이야 상비약으로 여겨지지만 초창기에는 얼마나 귀중했을 것인가. 저자는 10가지를 뽑았지만 어느 것 하나 소종한 약이 아닌 것이 없다. 약으로 읽은 세계 질병 변천사가 무척 흥미롭다.

비타민C가 지금은 먹으면 좋고 안 먹어도 그만인 심심풀이 복용약이지만 당시의 역할은 가히 혁명적이다. 마취도 없이 고통 속에 수술을 받아야 했던 환자들에게 마취제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을 것이다. 소독약이나 페니실린과 아스피린은 또 어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약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런 약을 발견한 연구자들의 피땀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에이즈 치료제다. 악마가 놓은 덫에서 인류를 구한 항 HIV 약 개발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사토 겐타로>가 일본인이서일까. 에이즈 치료약 개발자 <미쓰야 히로아키>의 연구과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일본 구마모토 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미쓰야는 AZT를 개발해서 걸리면 대부분 죽어나갔던 에이즈 환자들에게 단비 같은 약이었다. 그러나 약값이 너무 비싸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의 환자들이 신약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약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결국 AZT 개발 당시의 아이디어를 더 진전시켜 2 가지 약을 개발해서 초기 약값의 20% 가격으로 시판했다. 그 누구도 세상에 내 놓지 못한 에이즈 치료제를 혼자서 세 가지나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이후 2006년 네 번째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했다. 물론 모든 약 개발을 미쓰야 박사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는 지금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 언제가 그도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언급한 약들을 개발한 사람들이 대부분 노벨상으로 보상을 받았다. 아직도 인류는 정복하지 못한 질병이 있다. 암이나 당뇨, 치매 등이다. 이런 질병도 언젠가는 정복이 될지 모른다. 세계사를 바꿨던 약처럼 새롭게 개발될 약들이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