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직선 위에 곡선 - 김익진

마루안 2018. 5. 25. 22:48

 

 

직선 위에 곡선 - 김익진

 

 

행성은 둥글다

그 위를 걷고 있다

 

곧게 걸어도

언제나 휘어진 곡선이다

 

누군가 바른 길 걸어왔다고 하면

나는 그저 웃는다

 

누구나

휘청하며 걷는다

 

 

*시집, 중력의 상실, 조선문학사

 

 

 

 

 

 

친구 같은 애인 - 김익진

 

 

태양이 별과 다른 것은

너무 가깝다는 거

 

별이 태양과 다른 것은

단지 너무 멀리 있다는 거

 

네가 애인과 다른 것은

너무 가깝다는 거

 

애인과 네가 같은 것은

늘 마음 속의 별이라는 거

 

너무 멀리 있어

반짝이는 슬픔이라는 거

 

 

 

 

 

*책 머리에

 

올곧았던 삶의 나이테가

중력의 상실로 베어져 넘어지면

비대칭의 깊은 상처로

휘청대고 있습니다

 

그 때 그곳에서 잠시

그른 만남의 시작과 끝은

거시적인 우주 질서에 파묻혀

더 없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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