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봄날의 아름다운 도반

마루안 2018. 5. 7. 19:06

 

 

 

 

 

마곡사에 갔다가 아름다운 도반을 보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봄날 나들이를 나온 것일까. 하안거에 들기 전에 세상 바깥 구경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색 연등을 바라보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스님의 대화가 정겹다.

성직자의 길은 언제나 거룩하면서 고달프다. 더구나 속세와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하는 비구승에게는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조계종 추태를 보면 독신으로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난 일이기도 하다.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재물이나 감투에 욕심을 내는 승려들이 많다. 뭐 종교계라고 좋은 사람들만 있겠는가. 어떤 철 없는(?) 시인은 자기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아름다웠다고 노래 했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던가. 문학적 표현임을 알면서도 동의가 안 된다.

세상 어디든 질 나쁜 사람은 있게 마련,, 어제 갔던 마곡사에서도 진상 방문객을 보았다. 남부터미널 화장실에도 손을 씻는 세면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상 노인이 있었다. 경우가 없거나, 체신머리가 없거나, 질이 나쁘거나,, 세상은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돌아간다.

절에서 오색 연등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명부전 앞에서 죽은 이를 기리는 하얀 등을 볼 때는 더욱 차분해진다. 가능한 틈틈히 절에 가서 마음을 씻고 오려고 노력한다. 귀도 씻고, 눈도 씻고, 욕심도 버리고,,,,

연등을 바라보고 섰는데 두 스님이 지나갔다. 두런 두런 대화를 나누며 걷는 스님의 발걸음을 나도 모르게 따라 갔다. 어차피 이 길을 걸어 절집을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두 스님이 나를 이끈 것이다. 고뇌와 번민의 길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된 사이였을까.

자세히 들을 수는 없지만 이십 년 전에는 여기가 어땠고 삼십 년 전에는 저랬다는 대화에서 오랜 도반임을 알 수 있었다. 절 마당을 거쳐 뒷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 봤다. 참으로 아름다운 도반이다. 내게 저런 도반이 있던가. 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 하나쯤 갖는 것도 인생의 행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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