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모란시장 강아지들의 외출

마루안 2018. 5. 14. 22:06

 

 

 

 

 

성남 모란시장을 갔다. 딱히 뭐를 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외출 삼아 간 것이다. 다른 곳에 없는 것이라면 몰라도 과일, 채소는 우리 동네보다 비싸다. 어쨌든 시장에 오면 활기가 넘쳐 저절로 생기가 돈다. 시장이야말로 사람 사는 풍경의 가장 기초적인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선거철 되면 출마자들이 시장에 나와 상인도 만나고 어묵도 먹고 하는 모양이다. 언제가부터 전통 시장은 거의 안 가게 된다. 예전에 내가 사는 신촌에도 전통시장이 있었다. 시장도 없어지고 강화 버스 터미널도 사라지고 캬바레도 없어졌다.

 

모란 시장은 다른 곳에 없는 동물 시장이 있다. 닭, 오리는 물론이고 토끼, 개, 고양이도 판다. 상자 안에 막 젖을 뗀 강아지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그 중 호기심이 아주 많은 강아지가 자꾸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이 녀석만 다른 어미에서 나온 강아지로 보인다.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한다. "사세요. 4 만원까지 드릴게요." 살 마음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싸다.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서는데 녀석이 자꾸 쳐다본다. 

 

동물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힘들다. 어릴 적에 10년 넘게 같이 했던 개가 늙었다는 이유로 팔렸을 때 얼마나 절망했던가. 저 녀석은 오늘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마치 "저 좀 데려가세요." 하는 눈빛으로 녀석이 오래 쳐다본다. 녀석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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