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봄날을 서성거리다 - 오종문

마루안 2018. 4. 28. 19:48



봄날을 서성거리다 - 오종문



아아, 일탈의 봄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
동백꽃 붉은 홑동백 온몸으로 투신하는
눈 뜨고 볼 수가 없는
참 아득한 봄날이다


무심코 뒤밟힌 삶의 아주 사소한 것들에
나는 목이 멘다 무너지는 것 보며 운다
살아온 그 더께만큼
뼈아픈 것 다 버린다


오늘은 그렇게 가고 내일은 또 오는 것
차마 즈려밟지 못한 마흔넷 궤적을 따라
동행한 그대 사랑에
발을 깊이 담근다


원하는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알 때
삶이 가르쳐 준 길은 왜 그리 멀리 있는지
이 길의 우연에 대해
난 끝끝내 입 다문다



*시집, 지상의 한 집에 들다, 이미지북








봄, 참으로 발칙한 봄날 - 오종문



오래 전 모든 것 잃고 멀어져 간 그 희망도
등 보이고 싶지 않아 걸어갔던 극한의 길
세상이 날 중심으로
돌아가길 원했었네


어깃장 놓던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것
잃을 게 없다는 건 두려움이 없다는 말
환하게 꽃 벙근 오늘
가시 되어 박혀왔네


살 찢고 뼈를 발라 참 아프다 말을 할까
인간에게 신에게로 한 발 다가서는 시간
내 본심 훔쳐 달아난
참 발칙한 봄날이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가 이리 붉은가 - 최문자  (0) 2018.04.28
꽃 진 자리 - 정일남  (0) 2018.04.28
꽃 속으로 추락하다 - 홍성식  (0) 2018.04.28
꽃이 버려진 골목 - 백인덕  (0) 2018.04.27
살 - 이강산  (0) 201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