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지하철을 타고 오는 봄 - 오종문

마루안 2018. 4. 3. 22:20



지하철을 타고 오는 봄 - 오종문



세상은 봄 천지지만
인생의 봄 아직 멀고
옳은 것은 아니고 아닌 것이 옳다는 세상
늦은 밤 지하철 안에 환하게 핀 산수유꽃


그 꽃 꼭 쥔 아이의
산빛 물빛 웃음처럼
찌들고 지친 이의 어깨 처진 침묵 속에
한 번쯤 헐거운 삶도 활짝 피고 졌으면


그래 농성중인 봄빛
꽃놀이패가 되는 때
유년의 눈물 속을 뻐꾹새가 울고 가고
셔터를 탁 눌러버린 내 마음의 사진첩



*시집, 지상의 한 집에 들다, 이미지북








벚꽃, 다시 핀다 - 오종문



봄빛 스크럼 짜고 농성중인 반도의 땅
하늘은 왜 이렇게 지독히도 파란 걸까


이 서울
가미카제식
저 폭격의 섬뜩함


백 년 전 그니 몸의 체온이 기억하는 것
짧은 밤 그 손길에 겁간 당한 알몸일까


아직도
불륜 꿈꾸는
저 망령의 꽃잎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