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박영숙 사진전 - 두고 왔을 리가 없다

마루안 2018. 2. 10. 21:55




좋은 사진전을 보고 왔다. 한미사진미술관이 꾸준하게 좋은 전시를 선보이고 있지만 작년 가을 강운구 사진전 이후 가장 가슴 떨리게 한 전시회였다. 잘 가지 않는 강남을 방문하는 것도 이렇게 좋은 전시가 있을 때만이다.


박영숙 선생은 남이 하지 않는 사진으로 자기만의 길을 걷는 분이다.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도 치열한 예술 정신은 여전하다. 이번 사진을 보며 왜 그가 이 시대의 진정한 사진가 중 한 사람인지를 확실히 느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몇 안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마녀, 봇물을 트자, 미친년 프로젝트 등 흔하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말해왔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쭈글쭈글해진다. 늙는다는 말보다 쭈글쭈글은 훨씬 자극적이다.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저절로 나이를 먹듯이 외모도 저절로 늙는다. 이 전시회의 사진에 담은 여인들이 바로 이렇게 나이 든 여인들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처럼 자기만의 길을 가며 나이 든 여성을 다루고 있다. 서양화가이자 패션디자이너 김비함, 무대미술가이자 극단 자유 대표 이병복,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판소리 명창 최승희, 안동할매청국장 주인 이상주, 기업인 아내 박경애, 종가집 며느리 이은주 등 일곱 명을 사진에 담았다. 인터뷰 영상도 사진과 곁들여 그녀들 삶의 이해를 보충하고 있다.


살아있는 분도 있고 세상을 떠난 분도 있다. 모두 평범하지 않은 삶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 두고 왔을 리가 없다가 아주 어울린다. 사진도 제목도 시적이다. 시와 사진이 썩 어울리는 분야지만 제목에 꽂히니 더욱 시적으로 읽힌다. 박영숙의 사진은 보면서 읽어야 한다.


누구의 삶인들 평탄하기만 할까마는 사진 속의 인물들은 유난히 독특하다. 그들이 살아낸 삶이 아름다운 이유도 같은 시대를 서로 다른 형편으로 서로 다르게 잘 살아냈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답게 빛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서양화가이자 패션디자이너 김비함



무대미술가이자 극단 자유 대표였던 이병복 선생이다. 얼마 전에 타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