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남한산성 - 황동혁

마루안 2018. 1. 11. 20:18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고 김훈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으면서도 영화 또한 긴장감과 함께 아주 흥미롭게 봤다. 모든 역사가 좋은 일만 있는 것을 아닐 테지만 유난히 당하고만 살았던 우리 역사가 안타까웠다.

무능력한 지도자 한 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고통을 받았는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 영화가 김훈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이지만 나름 자기 색깔을 가질려고 노력했다. <남한산성>이 황동혁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영화다.

<수상한 그녀>, <도가니>, <마이 파더> 등 그러고 보니 그이 작품은 전부 본 셈이다. 나라가 힘이 약하면 어떤 치욕을 겪게 되는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란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함을 깨닫게 한다.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던가.

누가 권력을 잡으면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고는 알아서 꼬리를 내리고 줄을 선다. 국가도 그렇다. 힘이 있으면 아무나 쉽게 건들지 못하고 되레 눈치를 본다. 병자호란은 지금부터 4백 년도 안된 시절이다.

일본의 침략으로 온 국토가 쑥대밭이 된 뒤에도 지도자들은 정신 못차리고 지들끼리 당파 싸움으로 보내다 이런 사태를 맞는다. 이미 기울어진 명나라를 쫓느라 강자로 떠오른 청나라를 무시한 결과다. 머리에 먹물만 들었지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몰랐다.

힘이 없는 나라일수록 외교력이 요구된다. 체면 내세운 명분보다 백성을 살리는 실리가 우선이다. 갈팡질팡하는 인조 임금 사이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결은 시종일관 팽팽하다. 명을 섬기는 군자의 나라가 죽으면 죽었지 청의 속국이 될 수 없다는 김상헌과 나라와 백성을 살리는 길은 화친뿐이다는 최명길의 주장이다.

그러는 동안 엄동설한에 백성과 군사는 하나둘 죽어 나가고 결국 인조는 항복을 한다. 높은 단상에 앉은 청나라 황제 앞에서 세 번 큰절을 하며 이마를 아홉 번 땅에 찧는 굴욕을 당한다. 임금의 이런 치욕을 뒤에서 지켜보며 최명길은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영화에서는 죽으면 죽었지 항복할 수 없다던 김상헌이 자결을 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김상헌은 최명길보다 오래 산다. 80세 넘도록,, 이후 명에서 청으로 바뀌기만 했지 조선이 청을 받드는 군신 관계는 여전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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