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새가 날자 날이 저물고 - 성선경

마루안 2018. 3. 24. 19:45



새가 날자 날이 저물고 - 성선경



늙수그레한 아줌씨가 봄나물을 팔려 장에 나왔는디
냉이와 쑥을 놓고 따로 팔았는데
하릴없이 지나던 명태 씨가 개구쟁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좌판에 앉았는데
"아줌씨 쑥 넣으면 얼마요?"
"일천오백 원"
"쑥 빼면 얼마요?"
"일천 원"
명태 씨가 재미를 붙여 또 묻는데
"아줌씨 쑥 넣으면 얼마요?"
"일천오백 원"
"쑥 빼면 얼마요?"
"일천 원"
명태 씨가 재미를 붙여 또
'쑥 넣으면 얼마요?' 하니
아줌씨 눈을 부라리며 한 말씀
"이눔아 그만 넣었다 빼라"
"물 나온다"
늙수그레한 아줌씨가 봄나물을 팔려 장에 나왔는디
어중이떠중이 갈 사람은 다가고
새가 날자 날이 저무는 황혼녘.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산지니








앵두밭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고 - 성선경



시어머니 과부와
며느리 과부가 길을 나섰는데
문득 강을 만나 이쪽에서
사공, 사공 배를 부르는데
배는 손바닥 조각만 하고
물을 건너온 사공은 불한당 같은데
배가 작아 한 명씩 건너야 하는데
먼저 며느리가 배를 탔는데
과부시어머니가 당부하기를
"얘야 몸조심 하거라" 하고
배가 건너편에 닿자마자 사공은
과부며느리를 올라타고
과부시어머니는 애가 타고
배를 건너온 사공이 다시
과부 시어머니를 올라타고
과부 며느리는 몸이 타고
시어머니 과부와 며느리 과부가
다시 만나 길을 나서는데
시어머니 과부가 입단속을 하며
"얘야, 어디 입 밖에도 내지 마라" 하고
며느리 과부는 힐끗 돌아보며
이젠 자기가 형님이라고
"자네나 조심하게" 하고
시어머니 과부와
며느리 과부가 다시 길을 나서는데
먼 데서 뻐꾸기 소리
뻐꾸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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