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보헤미안 비스름하게 살지 못한 죄 - 박세현

마루안 2018. 3. 24. 20:06



보헤미안 비스름하게 살지 못한 죄 - 박세현



밤이면 어딘가를 긁어, 거기가 허벅지인지
등 저 안쪽인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내게는 거기가
닿을 수 없는 허공이라 생각하지
예순이 넘어서 쿠데타를 꿈꾸고 있는
사촌에게 진정하라고 편지한다
사랑도 혁명도 시도 음악도 다
좌판에서 팔리고 있는 나라
나의 사랑하는 조국
누구처럼 보헤미안 비스름하게 살지 못하고
밥에 열중하며 살아가는 밤


밤으로 들어가는 입구
피다 만 목련 가지에 걸린 알토 소프라노
전신이 희고 희다
삶이란 무엇인가



*시집, 저기 한 사람, 시인동네








나는 누구인가 - 박세현



대관령 넘고 횡계 덕장 지나가면서
지나가면서 방점
갑자기 밝은 아침처럼 봄은 오고
갑자기에도 방점
산갈피엔 잔설이 봄볕에 조용히 몸 달구는 중
태 버린 곳에서는 뭔가를 내려놓고 뭔가는
한 짐 지고 간다 감정의 물물교환 같은 것
나는 전생에 등짐장수였나봐
등은 없고 짐만 있거나
짐은 없고 벌건 등만 있거나 말거나
대관령 넘고 나면 나는 다른 인간이다
나는 누구인가
관심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