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혜성의 꼬리가 돛을 올릴 때 - 김익진

마루안 2018. 3. 21. 22:30

 

 

혜성의 꼬리가 돛을 올릴 때 - 김익진


혜성의 꼬리가 돛을 올릴 때
웅장한 마음으로 짠 입술을 지우세요
창백하고 시시한 순간들은 지진에게 맡기고
불운한 출생을 잊으세요
인생의 단계가 바뀌고, 멜로디가 낯설어도
상심의 비명을 인정하세요
신들의 의지와 지혜는 예측할 수 없지만
노래와 춤이 우주를 따뜻하게 합니다
매일 밤 눈물이 뺨에 떨어지더라도
미소 지을 방법을 찾으세요 그리고
누군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말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지구도 당신의 심장 박동에 맞추기 위해
천천히 부드럽게 돌고 았습니다
납치된 입에 키스로 독이 채워질지라도
웃음만이 유일한 해독제입니다
악마보다 성경을 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인생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판타지이니
마지막 날까지 우주의 신비를 열지 마세요
신은 잠시 악과 친했던 우리를 아실 것입니다

 

 

*시집/ 기하학적 고독/ 문학의전당

 

 

 

 

 

 

어디로 가는 중인가? - 김익진

 

 

별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감을 준다 별빛이 이곳으로 오는 데만 수십억 광년 걸린다 모두 과거의 빛들이다 그들이 모두 하늘을 밝히면 대낮처럼 훤해야 할 터인데, 밤은 왜 어두울까? 아직도 이곳에 도착하지 못한 별빛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있을까? 나무에 꽃이 여러 송이 피듯 은하에도 꽃들이 많을 것이다 너무 멀리 있어 볼 수 없을 뿐이다

 

죽은 후에는,

 

다른 별로 갈 수 있을까? 비밀로 연결된 웜홀(wormhole)을 통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속도로는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 중인가? 그림자는 무엇인가? 나이 먹어가며 많은 질문을 잊어버렸다

 

별무리로 간다

 

 

 

 

 

*시인의 말

 

잘려나간 상형문자,

글자를 조합해보면

이루지 못함의 절규

 

빛바랜 벽화에

지워지지 않는 옛 얼굴은

석학도 풀지 못한 비밀

 

에덴을 꿈꾸다

잃어버린 유토피아,

그 까마득한 기억의 절망

 

예고 없이 찾아오는,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유거사(臥遊居士)를 위한 변명 - 황원교  (0) 2018.03.22
그 겨울 낮은 지붕의 기억으로 - 박인숙  (0) 2018.03.21
나이테 - 이강산  (0) 2018.03.21
별과 길과 밥 - 김장호  (0) 2018.03.21
낮달 - 조재훈  (0)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