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낮달 - 조재훈

마루안 2018. 3. 21. 21:35



낮달 - 조재훈



굶다가 병들어
숨 거둔 어린 동생
빈 산 비탈에 묻고
묻힌 눈물 죄다 삭은 뒤
캥캥 여우 울음 따라
허옇게 억새꽃이 날렸다.
울음 끝에 숨죽인
울엄니 낮달이
가만히 동치미국물 한 사발 들고
열뜬 머리맡에
떠 있다.



*시집, 오두막황제, 푸른사상








어느 계산 - 조재훈

 


너에게서
나를 빼면
낮달이다.
낮달에다 나를 보태면
바다다, 떠도는 섬이다.

 

나에게 너를 보태면
꽃이다.
꽃에다 너를 보태면
화염이다, 불타는 벼랑이다.

 

너를 나에게
나를 너에게
곱할 수도 나눌 수도
없는 저녁
눈물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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