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 허대석

마루안 2018. 2. 27. 21:58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래서 그 마지막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가 문제다. 누구나 가능하면 편안하게 세상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 삶을 마감할 때 의식이 분명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이 문제다. 바로 연명의료에 관한 거다. 사람은 어제 장례식에 다녀왔어도 자신은 금방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 또한 닥치지 않으면 남의 얘기로 치부할 수 있다. 허대석 교수는 이 제도를 파헤쳤다.

올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옛날에는 환자가 의식이 없고 회복 가능성이 희박할 때 가족들은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장치를 제거해서 환자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의사는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도 섣불리 치료를 중단할 수 없었다. 그냥 죽을 때까지 최대한 생명을 연장할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환자과 가족의 절박한 호소를 들어줬다가 살인방조죄를 적용받았던 의사도 있었다.

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는 것이다. 나는 이 법을 지지한다. 어차피 얼마 살지도 못할 건데 의식도 없이 조금 더 목숨을 부지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 호흡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상태는 죽은 거나 다름 없다. 거기다 환자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용케 의식이 돌아와 회생 가능성이 희박함을 안 환자가 치료를 중단해 죽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도 소용없다. 의사는 단호히 거절한다. 그냥 중환자실에서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통증을 견디다 죽으라는 얘기다. 환자나 가족이나 못할 짓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다. 비록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다 해도 이 법은 필요하다. 저자는 거의 90% 가까운 환자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다고 하면서 호스피스 진료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나는 동의 한다.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꼭 작성하려고 한다. 불치병이라면 그것은 하늘의 명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떠오른 게 아니라 옛날부터 人命은 在天이라 믿고 산다. 이미 늦어 수술을 하더라고 몇 달 살지 못할 거라면 고통스런 치료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평화롭게 삶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있지 않겠는가.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죽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돈이 한 푼도 없는 알거지가 되는 것이다. 영리가 목적인 의사들은 당연 이 환자의 치료가 계속되길 원하지 않는다. 돈이 나오질 않는데 공짜로 치료해줄 의사는 없다. 연명치료를 중단해 죽게 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곧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나는 노숙인에게 연명치료를 주장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