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 이성목

마루안 2018. 2. 26. 22:27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 이성목



몸이 먼저 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시장 골목 허름한 밥집으로 가라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뼈에 우거지 덮어
불룩해지는 뚝배기 속을 보라 뼈는
입김을 뿜어 그대 얼굴을 뜨겁게 만질 것이다
마음이 벼랑 같아 오금을 접고
캄캄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정강이뼈 쓸어안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보잘것없는 뼈마디 하나가
얼마나 뜨거워지는 것인지 모른다.
뚝배기 두 손을 모아 감싸는 경배
그 손바닥 가득 번지는 것이
몸을 다하여 그대 만나려 하는 뼈의 몸짓이다
그래서 뼈는 뜨거운 것이다
한때 나도 세상의 등골을 빨아먹으며 산 적이 있다
무슨 짐승인지도 모를 뼈를 발라내며
뜨거운 신음을 숟가락으로 퍼 먹으면서
몸속 가득 뼈를 숨겨놓고 살 냄새 풍긴 적 있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뜨거운 눈물에 뼈를 먼저 적셔라
뼈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진국이다



*시집, 노끈, 애지








풀어 다시 짤 수 없는 옷 - 이성목 



저, 몸을 함께 짜 맞춘 아비와 어미도
올 하나 풀어내지 못하였다
그는 매듭을 가졌다 몸속에 질긴
생이 올가미처럼 묶인 스무 살이었다
의사는 눈동자에 고인 검은 호수를 들여다보거나
일렁이는 수면에 청진기를 대 볼 뿐이었다
어미는 앞섶을 열어 헤쳐 꺼낸
돌덩이 같은 실몽당이 하나
아비는 실을 풀어주고 어미는 다시 옷을 짰다
손 댈 수 없어 눈짐작만으로 짰다
시간이 없다 아파서 뒤틀리는 그에게
너무 성글어 축 늘어진 저 작은 그물로
고통에 퍼덕거리는 육체를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때는 헐렁하고 또 어떤 날은
바늘조차 꽂을 수 없이 촘촘한 혈관들
활활 풀어 새 옷을 짜지 못했다
풀어 다시 지을 수 없어 결국 매듭을 잘랐다
모든 어미는 매듭 하나 없는 실몽당이를 품고 있다
실몽당이가 마구 가슴을 주먹질해대는
밤이면 몰래 그걸 꺼내 아비와 함께 옷을 짠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눈짐작만으로 짠 옷이
엉키거나 올이 나가도
그 옷을 풀어 다시 짜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