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식탁 위의 세상 - 켈시 티머먼

마루안 2018. 2. 13. 22:57

 

 

 

그 누구도 자기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직접 생산한 식품으로 식생활을 완전 해결하기 불가능한 세상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저자 켈시 티머맨은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들었다.

전작인 <윤리적 소비를 말한다>가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어디서, 누가 만들어 내가 입게 되는 여정을 파헤친 역작이었다면 이 책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누가 만들어 내 입까지 들어오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현대인의 가장 큰 기호식품인 커피를 시작으로 초콜릿, 바나나, 바닷가재, 사과주스의 생산과 유통 과정의 여정을 세계 각지 현지에 직접 가서 몸으로 체험한 과정이라 하겠다. 그래서 국가도 가지가지다. 커피는 콜롬비아. 초콜릿은 서아프리카. 바나나는 중미 코스타리카, 바닷가재는 니카라과, 그리고 사과주스의 원산지 중국까지 훑었다.

책은 저자를 따라 밑바닥 농부들의 고단한 노동 과정이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험한 노동에 비해 터무니 없는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화가 나기도 한다.

내가 마시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5 천원인 반면 뙤약볕 아래 커피 농장에서 열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10원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커피뿐이 아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카 열매를 따는 농부도 바나나를 생산하는 농부도 쌔빠지게 일을 하지만 중간상과 초콜릿을 생산하는 거대 기업에 막대한 이윤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부제목이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인 이유가 제대로 설명된다. 하루 10시간씩 허리가 부러지도록 커피 열매를 따는 농부는 일당 천 원의 최저 생활비로 겨우 배고픔을 면하는 삶을 유지하는 반면 도심의 스타벅스에서는 선그라스 쓴 미녀들이 5천 원짜리 커피를 홀짝이며 우아를 떤다.

과연 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자기가 마시는 커피가 손톱이 빠지도록 하루 종일 열매를 딴 어느 농부의 수고 덕분이라는 걸 생각이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 커피 한 잔에 어느 누군가의 눈물과 땀이 스며있음을 느끼게 한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