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세상을 바꾸는 언어 - 양정철

마루안 2018. 2. 7. 21:38

 

 

 

나오자 마자 바로 사서 읽은 책이다. 타고난 천성이 게을러 대부분의 신간을 몇 달 지나서야 읽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읽으려고 찜해둔 책들이 워낙 많이 밀린데다 책만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일상 때문이다. 독서는 읽은 이유보다 못 읽은 이유가 더 절실한 법, 그것은 나에게도 어김없이 해당된다.

양정철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다. 노무현 때부터 측근으로 일을 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김경수 비서관 정도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어쨌거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사무친 관심 때문에 이 책이 나오자 바로 책방으로 달려갔다.

동네 책방이어선가 내가 읽은 책은 4쇄다. 1주일 만에 4쇄라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모양이다. 베스트셀러를 멀리하는 나의 취향이 이 책은 비켜간다. 단숨에 읽어낸 책은 한 편의 교양 프로그램을 본 느낌이다.

글이란 그 사람의 성품을 담고 있다. 부정과 반칙에 대해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는 한편 보복하고 싶은 상대를 관대하게 품는다. 대표적인 것이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반대에 대한 의견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많은 정치범을 양산했고 그들을 탄압했다.

그에게 독재자란 호칭은 영원히 달려있는 꼬리표다. 그러나 그가 인권을 탄압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긴 했어도 경제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이건 내 의견이 아니라 양정철의 말이다. 나는 이 글에 공감했다.

그밖에 양정철의 글과 언어가 품고 있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올곳이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 책에 대한 지나친 찬사는 하고 싶지 않다. 거창한 제목과 달리 내용물에서 약간의 함량 미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문재인을 좋아하는 것과 책은 별개다.

노무현과 문재인 관계에서 볼 수 있듯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해도 무조건 양정철을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인정한다. 그의 올곧은 성품, 낮은 곳을 향한 선한 의지, 그리고 글을 잘 쓴다는 것,, 그 또한 유시민처럼 이 시대의 큰 자산이다.

&
1.양정철 북콘서트에 가려고 공고가 나오기 바쁘게 신청을 했다. 두 번의 행사에 모두 신청을 했는데 둘 다 당첨이 안됐다. 모시지 못해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기는 했어도 아쉬웠다. 유투브로 두 행사를 봤다. 첫 번째 북콘서트에 빈 자리가 많은 걸 보고 저 자리는 누굴 위해 비워뒀는지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초청한 높은 사람들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요란한 행사에 비해 거의 20% 넘게 비워 있는 좌석이 씁쓸했다. 저렇게 많은 빈 좌석 나 하나 주지. 그토록 가고 싶었는데,,

2.두 번째 콘서트에는 양정철과 가까운 정치인이 게스트로 왔다. 1차보다 더 넓은 행사장 좌석은 만석이다. 1회 행사보다 얼굴 팔러온 정치인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게스트로 나온 김경수와 전해철의 언어 구사가 크게 비교 되었다. 둘 다 국회의원이나 품격에서 금방 차이가 드러났다. 말을 번지르 잘 하는 것과는 별개다. 문 대통령처럼 말은 잘 못해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전해철 의원이다. 문재인 측근이란 사람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자. 그 사람은 나와 생각이 틀려요. 전해철의 이런 언어 구사는 잘못이다. 그들 삼철은 늘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던가. 언어란 아무리 무의식 중에 나오는 것이라 해도 그 사람의 품성을 담고 있다. 정치인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언어에 관한 책을 홍보하는 자리 아닌가.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거창하지도 그리 멀지도 어렵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