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나이 순정 - 이수익

마루안 2018. 2. 12. 18:58



사나이 순정 - 이수익



그리고 나는 말하네. 처음서부터 당신에게는
미친듯이 반하게 하는 기묘한 표정이 있었다고. 그토록 반한만큼
소리쳐서 다른 사람들이 차마 당신 곁으로 오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술책을 세우느라
나는 야성으로 길든 포악성으로 거리를 헤매면서 뒤진다. 흙더미 속엔 아직
길들지 않은 포탄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 또는 내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끝없이 철 지난 잡지들의 희미한 거리 풍경들을 매혹시키는


이 단순함, 몰염치, 공중부양처럼 둥둥 떠 있는 사랑을 위하여
정말 죽어라고 매달리는 한 사나이의
기막힌 순정을 위하여.



*시집, 천년의 강, 서정시학








절교 - 이수익



검은 돌 하나가
가슴에 와 박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냐, 바랄수록
일몰이 왼쪽 허리를 치며 아득히
드러눕는다.
무욕의 쓸쓸함이 이리 냉정하게 거꾸로 내리박히는 순간
없도다, 아무것도 없도다, 정말 아무것도 없도다,
나는 빈 방 하나로 남는다.
쓸개처럼 남는다.
당신은 창문 밖에서 물끄러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시간!
비소(砒素)를 삼키면서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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