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징 - 육근상

마루안 2018. 2. 11. 19:22

 

 

징 - 육근상

 

 

징이여, 바람의 손잡이 잡고 등짝을 한번 후려쳐봐 울림이 클 탱께

 

아궁이 단속 심했던 대장장이가 벌겋게 달아오른 노을을 아흔아홉 번이나 구부렸다 폈다 만들어낸 걸작이 바로 저 강이여

 

동담티 무당 년이 찾아와 낚아채듯 뺏어간 날이 아마 그믐이었지 빨간 깃발 펄럭이고 아침저녁으로 울부짖는 소리 들리지 그 집이 몸땡이 풀어놓은 딘디 주인이 나이도 많고 고집불통인데다 말도 통하지 않아 맨날 굿판이 벌어지고 있지

 

내가 징이여, 소리에도 색깔 있어 울림 큰 음색이 특장인디 워쩌 오늘밤 한번 들어볼텨 징채라도 있으면 맘껏 후려쳐봐 이빨 꽉 깨물고 견뎌볼 탱께

 

 

*시집, 절창, 솔출판사

 

 

 

 

 

 

절창(絶唱) - 육근상


일흔 노인 소리를 듣는다


득음에서는 관악기 소리가 나는 걸까
하도 불어 속이 다 닳아버린 오죽(烏竹)의 숨구멍으로
잘 익은 퉁소 소리 난다

참, 처량하기도 하다

두우도우 갸릉거리다
중모리로 간신히 넘어가는 저 노인 앓는 소리는
지금 애미(哀未)고개 넘어가는 중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지는 중고제 낯익은 소리, 절창(絶唱)이다

 

 

 

 

*自序

 

나는 완성된 시 한 편보다 한 편의 완성을 위해 앓고 싸우고 부대끼다 내가 알지 못한 삶으로 진화하는 날들이 더 좋다.

 

해산의 고통이었다느니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느니 어쭙잖은 소리 하고 싶지 않다. 녹아내리는 즐거움이 얼마나 컸던가? 쓰는 동안 벗들과 즐거웠다.

 

발표하지 않은 시들 대부분이다. 좀 더 숙성시켰어야 했는데 너무 일찍 열었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시절은 겨울이고 엄니는 투병 중이시다. 시인과 시인 아닌 경계에서 나는 또 긴장해야 하리라.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나이 순정 - 이수익  (0) 2018.02.12
호수 여인숙 - 이강산  (0) 2018.02.11
내 마음의 순력도 - 현택훈  (0) 2018.02.09
세한도 - 주용일  (0) 2018.02.09
갑사 가는 길 - 이운진  (0) 201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