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시를 팝니다 - 詩장보기

마루안 2017. 11. 11. 22:34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경의선 숲길이 있다. 걸어서 10분이면 되기에 자주 걷는 길이다. 아우산 체육공원을 거쳐 헌책방 몇 군데 둘러보면서 경의선 숲길까지 돌아보는 산책길이다. 부정기적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걷는다.

 

숲길이라 해서 울창한 숲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녹지가 부족한 서울의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이런 장소는 소중하다. 경의선 책거리에 잠시 앉아 있으면 강아지 데리고 산택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시멘트 냄새가 가시지 않았지만 한 20년쯤 지나면 나무들도 울창해지고 그런대로 명소가 되지 않을까. 늘 생각하는 것이 서울에 10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오래된 곳이 많았으면 한다. 또 그런 것이 빛이 나는 시절이 왔으면 한다.

 

런던이나 파리에 500년 된 중세건물이 즐비한 것을 보면 부럽다. 다른 것은 부럽지 않은데 온 도시가 고풍스런 건축으로 넘쳐나는 것은 많이 부럽다. 서울에 500년은커녕 50년 된 건물인들 몇 개나 있을까? 개발 명목으로 모든 것은 새것이 좋다며 때려 부순 결과다.

 

녹지공간 또한 그렇다.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면 곳곳에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그런 공원들이 최근에 조성된 것이 아니라 많은 공원이 몇 백년 이상을 산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득하다.

 

최근에 조성된 공원이 대부분인 우리는 나무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해 지렛대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의선 책거리는 경의선 숲길에 들어선 문화공간이다. 작은 책방도 몇 개 있고 행사도 이따금 열린다.

 

지난 여름에 신동엽 시인을 기리는 문화행사도 있었다. 놀고 먹고 노래 부르는 문화에 더 익숙한 사회라 이런 행사가 인파로 넘쳐나지는 않는다. 詩장보기라는 재치있는 행사 안내 포스터가 확 눈에 들어왔다.

 

이번 시장보기 행사도 무지 한가했다. 더구나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고 날씨까지 쌀쌀해서 더욱 한가했다. 조금은 쓸쓸한 행사였지만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방구석에서 엉덩이로 시를 쓰는 시인들의 외출이 독자들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시인들의 영업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시인들이 이슬만 먹고 살지 않음에야 먹고 사는 것에 얼굴을 자주 내밀어 독자와 소통하면 좋지 않겠는가. 행사 시작하고 아직 예열도 안 했는데 급한 연락이 와서 중간에 떠나야 해서 아쉽고 미안했다.

 

이런 행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독자이고 싶었는데,, 행사가 무르익지도 않은 초반에 갑작스런 돌발 전화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지만 젊지도 늙지도 않은 시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책거리 행사에 자주 출몰하는 시인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