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돋보기를 새로 맞춘 날 - 한기팔

마루안 2018. 2. 8. 20:55



돋보기를 새로 맞춘 날 - 한기팔



가보고 싶은 곳 많으니
기웃대다가
안 보이는 곳까지 구석구석
푸르게 바라보다가
아, 그 고전적인 아픔
아픔이 이처럼 환하다니
만신창이가 되어 망가지다니
내가 처음으로 돌아와
금세 환해지다니
하늘이
이처럼 구체적이다니



*시집, 별의 방목, 서정시학








입춘 무렵 - 한기팔



사는 게 못내 그립고
궁금한 날은


창 밖의
미루나무 가지에
바람 무심히 부는 날


구름 사이
푸른 하늘을
조금 훔쳐보았던 것인데


돋보기 안경 너머
가늘게 떠는
하늘의 실핏줄 같은
꿈길 밖의 그 길


날아간 새들의 발이 시려 보인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 만나는 이별 - 김이하  (0) 2018.02.08
먼지 행성의 주민들 - 김언  (0) 2018.02.08
원 포인트 릴리프 - 여태천  (0) 2018.02.08
붉은 화병 - 박이화  (0) 2018.02.08
오래된 집 - 최서림  (0) 201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