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를 새로 맞춘 날 - 한기팔
가보고 싶은 곳 많으니
기웃대다가
안 보이는 곳까지 구석구석
푸르게 바라보다가
아, 그 고전적인 아픔
아픔이 이처럼 환하다니
만신창이가 되어 망가지다니
내가 처음으로 돌아와
금세 환해지다니
하늘이
이처럼 구체적이다니
*시집, 별의 방목, 서정시학
입춘 무렵 - 한기팔
사는 게 못내 그립고
궁금한 날은
창 밖의
미루나무 가지에
바람 무심히 부는 날
구름 사이
푸른 하늘을
조금 훔쳐보았던 것인데
돋보기 안경 너머
가늘게 떠는
하늘의 실핏줄 같은
꿈길 밖의 그 길
날아간 새들의 발이 시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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