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먼지 행성의 주민들 - 김언

마루안 2018. 2. 8. 20:56



먼지 행성의 주민들 - 김언



우리는 혁명적인 모래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똥을 참아가며 그 연설을 듣는다
어디가 틀렸고 어디가 어색한지
맞춤법을 모르는 소년은 바닷물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인파를 관리하는 관리는 두 번의 승진을 거친 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새끼 고양이의 장래를 어루만지고
싶다 조금 더 고통스러운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우리들의 낯 뜨거운 태양 아래
숨죽이고 하품하는 먼지 속의 유권자 한 명이 살해당하고
돌아왔다 기상 캐스터는 태풍이 오는 것처럼 호들갑스럽다
보이지도 않는데 제주도 남쪽은 벌써 하얗다
머리까지 하얗다 눈썹에도 흰 눈이 내려 백두산을 다 보고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믿으라는 눈치를 나만 모른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겨울이다 여름이 다 갔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지지하는 폭풍은
소멸하면서 긴 꼬리를 남기고 잠적하였다 나 여기 있다고
깨알 같은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파도타기 응원 때문에
백사장의 낙오하는 먼지가 술렁거렸다



*시집, 소설을 쓰자, 민음사








건설적인 욕망 - 김언



죽기 전까지 그는 생각하고 있다.
어떤 건설적인 욕망이 나를 그르칠 것이다.
자해하기 위하여 너는 계획에 가담한다.
일원이 된 것처럼 그 그림자가 충분히 괴로워졌다.
그 계획은 자주 땅바닥에서 노출된다.
이런 속도로는 멀리 가지 못할 것처럼
집시에 가까운 그 음악이 그 음악이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안아 달라고 여행을 떠난다.
나는 피곤하고 너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쫓아오려면 아직도 먼 날씨를 그들이 다 장악하였다.
1846년부터 1896년까지 그는 유령으로 지낸다.
계획적인 음모에 얼굴을 붉히고 곧 걸어 다녔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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