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입춘 - 권오표

마루안 2018. 2. 5. 16:02



입춘 - 권오표



보듬어 사랑할 일들이 하많아
그대 눈길 머무는 가장자리쯤
그냥 다소곳해도 괜찮을
굴뚝새의 부리 끝에
겨우내 대롱대롱 꿈꾸던
추억의 씨알 한 톨
시누대 숲 싸락눈 내리는
후미진 산모퉁이
물그림자 헤살져 흔들린다고
어디 다 사랑이랴
이제 황홀한 설레임으로
나직이 그대를 불러도 좋으리


그대 정녕 오시는가



*시집, 여수일지, 문학동네








새 - 권오표



그대 만나고
꿈꾸는 날 많아졌다
아득한 지평선 끝
휘파람 날리면
무수히 흐르는 발자국
비상의 시름과
낙하의 기쁨 사이
그대 눈물이 어째서
내 가슴을 적시는가
저무는 강기슭에
둥지 하나 틀지 못하는 우리
어느 하늘 가장자리에서
깃을 접어야 하나
그대 만나고
꿈꾸는 날 많아졌다





# 권오표 시인은 1950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92년 <와 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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