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산창(山窓) - 서정춘

마루안 2018. 1. 21. 08:12

 

 

산창(山窓) - 서정춘


산창에 물색 좋은 낮달이 떠서
옛집 봉창만큼 흰 그늘 서늘하다
거기 세 들어 살 것 같은
노자가 생각나서
누구 있소 불러본다
귀머거리 다 됐는지
반쪽의 여백만 기울둥했다


*시집, 귀, 시와시학사

 

 

 

 

 

 

가족 - 서정춘


어미 새 쇠슬쇠슬 어린 새 달고 뜨네

볏논에 떨어진 저녁밥 얻어먹고

서녘 하늘 둥지 속을 기러기 떼 가네

가다 말까 울다 말까 이따금씩 울고

울다가 잠이 와 멀다고 또 우네

어미 새 아비 새 어린 새 달고 가네


*시집, 귀, 시와시학사





묘비명 - 서정춘
-갈대


나는 늙으려 세상에 왔으나
이미 천년 전에 죽었다네
하늘 아래 서서 우는 미이라를 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