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말하지 않는 한국사 - 최성락

마루안 2017. 11. 28. 21:22

 

 

 

역사는 내가 살던 시대가 아니면 천상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내가 사는 현재도 하나의 사건을 달리 해석하거나 평가하는데 먼 옛날에야 오죽 하겠는가. 광주항생이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 민중들의 항거인데 누구는 북한군이 내려와 일으킨 폭동사건이라 하지 않던가.

그 외에 유서대필 사건이나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 등 일어난 당시와 현재 사실이 완전히 달라진 역사적 사건이 부지기수다. 동학농민항쟁도 당시대에는 동학란이라 했다. 지금은 부정한 치세에  항거한 민중 혁명으로 인정 받고 있다.

물론 아직 동학농민전쟁, 동학농민혁명, 동학농민운동 등 확실하게 정리된 명칭이 없기는 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부르는 명칭 바뀐 역사적 사건이 많다. 단종 복위를 계획했던 사육신이 세조에게는 역적이었듯이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최성락 선생은 여러 책을 썼지만 프로필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최고 학력만 줄줄이 내세우고 다른 프로필은 알 수 없는 저자가 많은데 최성락 선생도 그런 부류다. 책이 내용도 중요하지만 독자에게는 저자의 신상도 중요하다.

언제 태어난 저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은 공감 대목이 확실하게 잡힌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이런 생각을 헸구나. 나보다 어린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나보다 연배가 높아 역시 생각이 다르구나 등 저자의 프로필은 독자의 공감에 도움이 된다.

<말하지 않는 한국사>는 기존의 역사를 비틀어 바라보는 시각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다. 역사에서든 현실에서든 가령이라는 공식은 없다. 연습한 역사가 없듯이 인생에도 연습이 없다. 이미 일어났거나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신중해야 하고 선출직을 뽑는 유권자도 냉철해야 한다. 이 책에서처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역사 인식도 필요하다. 아주 민감한 독도 문제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생각에 가장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어떤 다툼이 오래 가는 경우는 옳고 그름이나 그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개인간에도 그럴진데 국가간 다툼은 각자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쉽게 판가름이 나지 않는다. 독도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잊을 만하면 한일 간의 외교전쟁이 벌어지는 것도 역사적으로 명백함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무조건 우리 것이 좋고 자랑스런 유구한 민족사를 내세우기보다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그래야 그릇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해서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다. 가령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제정해서 영구 집권을 꽤한 것은 잘못 된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과 함께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유신헌법이 통과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아무리 독재자의 똥구멍을 빨아주던 주구들이 많았다고 해도 국민의 과반이 반대하면 어떤 법도 통과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깨어 있음도 그냥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