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당신에게, 몽골 - 이시백, 이한구

마루안 2017. 11. 22. 19:15

 

 

 

소설가 이시백의 몽골 여행기다. 그의 걸죽한 소설은 직설적이고 까칠하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푹 빠져들고 마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요즘 몽골 여행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단연 이 책이 압권이다. 여행서 읽고 감상 쓰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을 읽고 나자 저절로 뱀꼬리를 붙이게 된다.

여행서는 어디 가면 뭐가 좋고 뭐는 꼭 봐야하고 어떤 음식이 먹을 만하다는 안내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먼저 가본 사람이 나중에 갈 사람을 위한 안내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세세하고 친절한 안내 대신 몽골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단숨에 들게 만든다. 이거야 말로 가장 좋은 여행안내서 아니겠는가.

언제부터 몽골 여행이 유행을 한 탓에 몽골에 관한 여행책이 꽤 된다. 한때 인도와 티벳에 관한 여행서가 인기를 끌더니 요즘은 몽골인가 보다. 평소 여행책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몽골에 관한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작심하고 찾아 나섰다.

전문 여행가에서부터 소설가, 시인 등 몽골은 그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였던가 보다. 그러나 많은 몽골 여행서 중에 고르고 골라 몇 권 읽었으나(여섯 권) 이 책 외에는 내 블로그에 언급할 정도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좀 있는 사람들이 색다른 여행을 경험한답시고 명품 선글라스에 비싼 아웃도어 걸치고 떼를 지어 다닌 흔적을 남긴 책도 있었다. 그 여행에 공감이 되기보다는 얼마나 현지인을 불편하게 만들고 눈총을 받았을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시백의 <당신에게, 몽골>은 한 편의 교양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것처럼 감동을 준다. 여행서를 읽고 이 정도의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우리의 행정구역 군이나 읍에 해당하는 '솜'을 설명하는 글귀는 한 편의 시다.

<막막한 벌판을 달리다가 불쑥 마을이 나타났다. 암흑의 공간을 달리다가 잠시 들른 우주 정거장 같은 솜이다. 여행자들은 솜에 도착하면 태엽이 감긴 인형처럼 바빠진다>.

몽골 여행은 자연이 남긴 광할한 초원과 사막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힘센 자동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선지 이시백은 몽골 여행의 아름다움은 절반이 길에 있다고 말한다. 아직 몽골은 가보지 않았지만 전적으로 동감한다. 모든 여행의 절반은 길에 있다.

그밖에 바람의 이정표 오워, 떠도는 바람의 집 게르 등 39가지 친절한 설명은 곧 몽골로 떠날 여행객뿐 아니라 몽골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도 몽골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손색이 없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