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외로운 사람 - 나태주

마루안 2017. 11. 15. 22:49



로운 사람 - 나태주

 


전화 걸 때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받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입니다


불러주는 사람 별로 없고
세상과의 약속도 별로 많지 않은
사람이 분명할 테니까요


전화 걸 때마다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은
더욱 외로운 사람입니다


아예 전화기에서 멀리 떨어져
새소리나 바람소리, 물소리의 길을 따라가며
흰구름이나 바라보고 있는
그런 사람이 분명할 테니까요.

 


*시집, 물고기와 만나다, 문학의전당


 
 





그 산에서의 일박 - 나태주

 


너무 늦게 왔거나
너무 일찍 왔음이 분명하다


많은 것들 보지 못했고
많은 사람 만나지 못했다


물소리, 바람소리 실컷 듣고
유장(悠長)한 매미울음 가슴에 새겼다


다만 맨드라미 꽃빛으로 물든 서녘 하늘
얼굴 없는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