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이 값 - 이탄

마루안 2017. 11. 13. 21:31



나이 값 - 이탄

 


부탁만 하고 다니고
핀잔이나 줏어 먹고
하는 일마다 오해나 받고
하기는 했는데 신통치 않고
말이 많다는 말이나 듣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는 멀고
지적지적 뒤처져 헐떡거리고
돈 버는 재주도 없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을 펴놓고
시간이나 보내고
그러면서 친구나 하늘은 좋은
이 나이의 값은 얼마냐



*시선집, 별과 함께 살다, 시월

 

 
 





우스운 기도 - 이탄



나는 20대가 왜 그리 길었는지
저녁마다 빨리 가기를 빌었지.


아니 30대가 왜 그리 길었는지
어서 가기를 빌었지.


생각해 봐
허구한 날 막걸리에 동태찌개를 먹으면서
이렇게 먹어야 나이를 먹는 것인가 하고
술에 취했지.


정말 40대가 언제 가버릴까.
흐느꼈어...


50대가 되었을 때
나는 붕붕 떠다니는 신세가 되었어.
머리에 든 것이 있어야 무게가 나가지.
그래서 얼른 가라고 기도를 했어.


요즘, 나는 사기꾼,
머리에 마치 무엇이 든 사람처럼 천천히 말하지.



 


# 나이값이란 단어가 뜨끔하다. 나이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먹는 것이지만 나이값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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