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성남훈 사진전 -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마루안 2017. 10. 19. 16:40






예전부터 아름다운 풍경 사진보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좋아했었다. 그것도 오래 되고 낡은 풍경이나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은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성남훈은 상처 속에서 아름다음을 찾아내는 사진가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고는 담아낼 수 없는 사진이 많다 그에게 무슨 수식어를 더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시인이든 사진가든 작품으로 소통해야 한다. 류가헌이 청운동으로 옮겨간 후에 좋은 전시회가 더욱 많아졌다.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달았고 서울도 가을 냄새를 본격적으로 풍길 때 좋은 전시가 있어서 행복하다. <누구든 홀로이지 않게> 전시 제목도 가을과 딱이다.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병원에서 최선을 다 했어도 암이 재발하거나 너무 늦게 발견할 경우 의학으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게 된다. 처음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분노로 눈동자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초기의 병원에서와는 달리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면 대부분 차분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기간은 보통 1개월에서 3개월 사이라고 한다. 치료 목적이 아니라 통증 완화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호스피스 병동의 목적이다. 고단했던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장소가 예전엔 집이었으나 지금은 병원이나 이곳이다.


누군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전시는 바쁘게 사는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늘 겸손하려고 노력하건만 마음 뿐, 가끔 욕심을 부리고 거만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전시가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가을이 더욱 풍성해진다. 훗날 나도 저들처럼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가 올 것이다. 살아있는 것이 눈물나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