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마음의 북극성 - 박남준

마루안 2017. 5. 28. 05:55



마음의 북극성 - 박남준
-이순



직진만이 길이 아니다
구비구비 휘돌지 않는 강물이 어찌
노래하는 여울에 이를 수 있는가
부를 수 있겠는가
나무의 상처가 뒤틀려서 한몸에
서로 다른 무늬를 만들 듯
번뇌가 통점을 억누르며 영혼을 직조해나간다
꼭 그만큼씩 울음을 채워주던 강물이 말라갔다


젊은 날의 나침반이었던 내 마음의 북극성만이 아니다
간 밤에 미처 들여놓지 못한 앞 강이
꽁꽁 얼기도 했다
강의 결빙이 햇살에 닿으며 안개 또는 김발로 명명되고
가물거리는 아지랑이를 만든다
아~ 아지랑이
어쩌면 치미는 슬픔 같은 먼 봄날의 아지랑이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
강을 건너온 시간이 누군가의 언덕이 되기도 한다
두 귀가 순해질 차례다



*박남준 시집, 중독자, 펄북스








겸손한 시간 - 박남준



산처럼 높고 깊었는지
시작과 끝을 모르는 강물은 흐르고 있었던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들
거미들도 허공에 지어 올린 집을 거두고​
땅으로 혹은 윤회의 양식과 거름으로
이생을 마치겠지
돌아갈 것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미와 파란 하늘을 딛고
바튼 기침 같은 말들이 일어서다
스러졌다 홀연히
생각들은 수면에 앉은 빗방울처럼 스며서 경계를 지운다
오래 들여다보면, 기울여보면
모습과 풍경을 일으킨
수고로운 땀방울들이 건너와서
소금가마처럼 겨드랑이가 젖어오고
확- 뜨거워진다
누군가 새벽처럼 일어나 푸른 길을 닦는다
그리하여 지금은 조금쯤
겨우 조금쯤 겸손해지는 나이